올해 1~7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작년 같은 기간 3만4천 가구에서 1만7천 가구로 정확히 반토막 났습니다. 이 숫자를 처음 마주했을 때, 솔직히 말하면 제가 그동안 얼마나 안일하게 시장을 바라봤는지 뒤통수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규제만 강하면 시장이 안정될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얼마나 허술한 것이었는지, 숫자가 냉정하게 증명해 줬습니다.

착공 절벽이 지금의 입주 물량 반토막을 만들었다
현재의 공급 부족은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닙니다. 정확히 3년 전인 2022~2023년의 착공 급감이 지금 이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착공부터 입주까지 통상 3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착공이란 실제로 공사를 시작하는 시점을 의미하는데, 이 수치가 줄어들면 3년 후 입주 가능한 주택 자체가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2022~2023년에 착공이 급감한 데는 두 가지 결정적인 원인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기준금리 급등에 따른 자금 조달 비용 증가였고, 다른 하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철근·모래 등 건설 원자재 가격 폭등이었습니다. 건축 비용은 치솟는데 주택 가격은 하락하니, 공급자 입장에서는 짓는 것 자체가 손해인 상황이 된 겁니다.
여기에 재건축·재개발을 옥죄는 규제망이 겹쳤습니다.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가 2010년대 중후반부터 누적되면서 서울 내 정비사업 속도를 현저히 늦췄습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란 재건축으로 발생한 이익 일부를 국가가 환수하는 제도로, 사업성 자체를 끌어내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현 정부가 270만 호 공급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서울 주택 인허가 목표 8만 호 대비 실적이 2만6천 호에 그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제가 이 구조를 제대로 읽지 못했던 시절, 저는 "규제가 강화되면 공급자도 조심하겠지, 시장이 과열되진 않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얼마나 단편적인 시각이었는지는 지금의 입주 물량 반토막이 스스로 증명합니다. 착공 물량이 올해 1~7월 약 1만5천 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 9천6백 가구 대비 36% 반등한 것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절대 물량 자체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고, 이 착공이 입주로 이어지려면 최소 3년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 2022~2023년 착공 급감 원인: 기준금리 급등 + 원자재 가격 폭등 + 재개발 규제 누적
- 착공→입주 소요 기간 약 3년, 지금의 공급 부족은 과거 착공 절벽의 결과
- 2026년 서울 착공 물량은 반등 중이나, 입주 개선 효과는 2028년 이후에야 가시화
- 서울 인허가 목표 8만 호 대비 실적 2만6천 호 — 목표치의 32% 수준에 불과
전월세 역전이 보내는 신호, 그리고 토지거래허가제의 역설
2026년 7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이 약 8,700건으로, 전세 거래량 8,600건을 처음으로 추월했습니다. 연간 기준으로도 올해 1~7월 전세 7만4천 건 대 월세 7만5천 건으로 역전이 확인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전세 15만 건 대 월세 12만 건이었던 구도가 완전히 뒤집힌 겁니다.
이 역전 현상의 뒤에는 계약 갱신 구조의 변화가 있습니다. 2026년 8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중 갱신 계약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 51.3%를 기록했습니다(출처: 한국부동산원). 갱신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새 매물 회전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매물 회전이란 기존 세입자가 이사를 나가고 새로운 전월세 매물이 시장에 공급되는 순환 구조를 뜻하는데, 이 순환이 막히면 전체 임대차 시장의 매물 풀이 좁아집니다.
더 짚어볼 부분은 갱신 계약의 성격입니다. 갱신 계약 중 임대료 5% 인상 제한이 적용되는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계약보다, 시세에 맞게 임대료를 올린 협의 갱신 계약이 약 60%로 더 높습니다. 8월 한 달만 봐도 월세를 50% 초과로 올린 사례가 100건, 두 배 이상 올린 사례도 40건 이상 발생했습니다. 중구 84%, 구로구 83%, 강서구 80% 등 외곽 자치구에서 협의 갱신 비중이 특히 높게 나타나는 점은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대목이었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단기 과열을 억제하려는 의도였지만, 세입자가 있는 매물의 실종이라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란 특정 지역 내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나 주택을 거래할 때 지방자치단체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입니다. 매수 후 4개월 내 입주, 2년 의무 실거주 요건이 붙다 보니 세입자가 있는 집은 사실상 거래가 불가능해졌고, 이는 매물 감소와 가격 자극이라는 역설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2026년 12월 31일이었던 세입자 승계 매매 실거주 의무 유예 기한이 2027년 12월 31일로 1년 연장되었는데, 저는 이 조치가 시장에 숨통을 틔우는 현실적인 수정이라고 봅니다.
수도권 확산 국면, 데이터 없이 움직이면 위험하다
서울의 전월세난이 경기도와 인천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기준 경기도 전세가격지수는 101.12, 인천은 100.69로 모두 기준선인 100을 넘어섰습니다. 경기도 평균 전세가격은 8월 3억8백만 원, 인천은 2억7백70만 원으로 지속 상승 중입니다. 서울에서 전월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수요가 인접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해당 지역의 수요 압력을 끌어올리는 구조입니다.
서울 저가 주택(15억 원 이하)에서 관찰된 패턴이 경기도·인천으로 전이되는 흐름도 포착됩니다. 15억 원 이하 주택은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 적용되기 때문에 대출 접근성이 양호합니다. 여기에 전세난이 더해지면, 전세로 버티는 것보다 아예 매수로 돌아서는 게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오는 구간이 생깁니다. 이 공식이 서울 외곽에서 먼저 작동했고, 지금은 경기도와 인천에서 같은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그런데 제가 더 중요하게 보는 지표는 지금의 전세가가 아니라 2~3년 후의 해당 지역 입주 물량입니다. 현재의 시장 온도보다 미래 수급 지표를 먼저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수도권 착공 물량은 2022년 13만 호, 2023년 10만 호로 급감했다가 2024~2025년에는 약 15만 호로 회복됐지만, 이 물량이 경기도와 인천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울의 입주 물량은 내년 1만 가구 중반, 그 이후에는 1만 가구 초반으로 추가 감소가 예상되는 반면, 경기도 일부 지역은 2~3년 내 입주 폭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국면일수록 FOMO, 즉 소외 공포에 흔들리기 쉽습니다. FOMO란 시장에서 자신만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을 뜻하는데, 이것이 조급한 추격 매수로 이어지면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타이밍에 가격 조정을 고스란히 맞을 수 있습니다. 전세가 상승에 휩쓸리기 전에 3~6개월의 준비 시간을 갖고, 매매가와 전세가의 갭(Gap) — 즉 매매가에서 전세가를 뺀 실질 투입 자본 — 이 좁혀진 지역을 냉정하게 골라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경기도는 서울보다 면적이 넓고 택지 공급도 많아 지역별 입주 물량 편차가 크기 때문에, 시 단위가 아니라 읍·면·동 단위까지 파고드는 검증이 필수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금 서울 전세 구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이유가 뭔가요?
A.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3년 전 착공 절벽으로 신규 입주 물량 자체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갱신율이 50%를 넘어서면서 기존 매물 회전마저 막혔고, 토지거래허가제로 세입자 있는 매물까지 사라졌습니다. 공급의 세 채널이 동시에 막힌 결과입니다.
Q. 세입자 있는 집 매수하면 실거주 의무 때문에 문제 생기지 않나요?
A. 2026년 5월 12일 이후 무주택 상태를 유지한 매수자라면, 현 세입자의 임대차 계약 만료일이 2027년 12월 31일 이전인 경우 실거주 의무가 유예됩니다. 즉, 세입자 계약이 끝날 때까지 입주를 미룰 수 있습니다. 다만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계약 전 중개인 및 관할 구청을 통한 정확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Q. 전세가가 오르면 그냥 매수로 돌아서는 게 맞나요?
A. 전세가 상승 자체가 매수 신호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매매가와 전세가의 갭이 얼마나 좁혀졌느냐입니다. 갭이 좁을수록 실질 투입 자본이 줄고 레버리지 효율이 높아지는 반면, 2~3년 후 해당 지역에 입주 물량이 쏟아진다면 전세가가 하락해 갭이 다시 벌어질 수 있습니다. 전세가 상승에만 집중하지 말고 미래 수급 지표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집주인이 실거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면 어떻게 하나요?
A. 집주인의 실거주 목적은 법적으로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입니다. 따라서 계약갱신청구권이 무조건 보장된다고 여기면 위험합니다. 이사 계획이 있다면 임대차 계약 만료 5~6개월 전부터 집주인과 솔직하게 상황을 확인하고, 대안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Q. 경기도·인천 아파트 지금 사도 될까요?
A. 서울과 달리 경기도·인천은 지역별 입주 물량 편차가 매우 큽니다. 같은 경기도라도 택지개발이 진행 중인 지역은 2~3년 내 대규모 입주가 예정된 경우가 있어, 지금 매수하면 입주 물량 압박으로 전세가 하락과 가격 조정을 동시에 맞을 수 있습니다. 관심 지역의 향후 2~3년치 입주 물량 데이터를 반드시 확인한 뒤 판단하시길 권합니다.
결론
정리하면, 지금 서울 전월세 시장의 불안은 단발성 충격이 아닙니다. 착공 절벽, 재개발 규제 누적, 매물 회전 차단이라는 세 가지 구조적 원인이 겹쳐 만들어진 결과이고, 이 기반이 바뀌지 않는 한 최소 2~3년은 현재의 수급 불균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뒤늦게 이 구조를 직시하게 된 것이 솔직히 아직도 아쉽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제대로 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저는 현재의 시장 온도보다 착공 물량과 입주 물량 지표를 먼저 확인하고, 세입자 승계 매매 실거주 의무 유예 같은 제도적 조건을 꼼꼼히 체크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생각입니다. 수도권으로 눈을 돌릴 때도 경기도·인천 전체가 아니라 해당 읍·면·동 단위의 입주 물량과 매매·전세 갭을 검증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을 겁니다. 시장 소음이 아닌 데이터를 나침반으로 삼을 때, 비로소 불확실한 수급 파도 속에서도 단단한 판단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