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저는 매물 앱을 하루에도 수십 번 새로고침하며 버텼습니다. 전세 매물이 올라오는 순간 연락해도 "이미 나갔어요"라는 말만 돌아왔고, 그나마 남은 것들은 보증금이 석 달 전보다 5천만 원씩 올라 있었습니다. 공급이 부족한 게 아니라 매물 자체가 사라진 시장이었습니다. 지금 서울과 수도권 전월세 시장은 그때보다 더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전월세난이 만든 생존형 매수의 흐름
제가 직접 발품을 팔아보니, 지금의 전세난은 단순히 "전세금이 비싸다"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원하는 가격대의 물건이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매매 가격 지수 변동률에 따르면 서울은 2025년 1월부터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고(출처: 한국부동산원), 그 상승의 축이 2025년 송파구에서 2026년에는 노원구로 이동했습니다. 강남 같은 핵심지가 아니라 서울 외곽이 오르기 시작한 겁니다.
이 흐름의 배경에는 저같이 전월세 시장에서 밀려난 실수요자들이 있습니다. 흔히 '생존형 매수'라고 불리는 현상인데, 여기서 생존형 매수란 투자 수익을 기대하고 집을 사는 게 아니라 월세 200~300만 원대의 주거비 부담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매매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말합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포모(FOMO) 심리, 즉 시장에서 혼자만 뒤처질 것 같은 두려움으로 집을 샀던 투자 수요와는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전월세난이 이렇게까지 심화된 데는 정책적 부작용이 겹쳤습니다. '2+2 계약갱신청구권'은 4년간 전세금을 묶어두었다가 만료 시 한꺼번에 폭등하는 구조를 만들었고, 실거주 의무 규제는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공실로 두는 선택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신축 아파트 입주 시 세입자가 전세 대출 자체를 받을 수 없게 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 대출 규제는 신축 전세 공급을 사실상 차단했습니다. 쉽게 말해 새 아파트가 완공돼도 그 물량이 전세 시장에 유입되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된 겁니다.
현재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 비중이 전세를 넘어섰습니다. 저는 이 숫자를 처음 접했을 때 생각보다 훨씬 빠른 변화에 솔직히 당황했습니다. 선진국 대도시에서는 전세 제도 자체가 사라지고 월세가 일반화된 경우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그 전환 속도가 너무 가팔라 시장 참여자들이 충격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 2+2 계약갱신청구권: 4년 임차 보호 후 전세금 일시 급등 유발
- 실거주 의무: 신규 전세 공급 감소로 매물 절벽 심화
-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 대출 규제: 신축 전세 공급 차단
- 서울 입주 물량: 2029년까지 지속 감소 추세 예고
세제 개편과 역세권 소형, 지금 뭘 봐야 하나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많은 분들이 2026년 3월 서울 집값이 꺾인 걸 보고 "드디어 하락 전환"이라고 했는데, 저는 그 해석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실제로 당시 하락은 강남 외곽이 아니라 강남부터 시작됐고, 거래된 물건들은 급매였습니다. 이건 추세 하락의 신호가 아닙니다.
추세 하락이란 집주인들이 앞으로 집값이 계속 내려갈 거라 판단해 매도 심리가 확산되는 현상으로, 저수지 이론에 따르면 이 경우 외곽 지역부터 가격이 빠집니다. 그런데 2026년 3월은 정반대였습니다. 원인도 명확했는데, 1월 23일 발표된 양도세 중과세 유예 중단과 5월 9일 중과세 시행 예고 때문이었습니다. 양도세 중과세란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일반 세율보다 훨씬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로, 최고 세율이 82.5%에 달합니다. 팔면 이익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내야 하니 합리적인 다주택자들이 서둘러 매도에 나선 겁니다.
여기에 더해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도 매도 심리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란 오랫동안 보유·거주한 주택을 팔 때 양도 차익에서 일정 비율을 공제해주는 제도인데, 현재 10년 이상 보유·거주 시 80%까지 공제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2029년부터 이 제도가 10억 원 한도 캡이 적용되는 장기거주소득공제로 바뀝니다. 시세차익이 큰 강남 고가 주택 소유자 입장에서는 2027년 상반기, 즉 6월 1일 종부세 기준일 이전까지 매도를 마쳐야 기존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셈입니다(출처: 기획재정부).
이 구도를 이해하고 나서 저는 20억 이하 구간의 서울 외곽과 경기도 주택, 특히 역세권 소형에 눈길이 갔습니다. 강남 급매를 노리는 건 현금 동력이 충분한 이들의 영역이고, 일반 무주택자에게 현실적인 선택지는 따로 있습니다. 수도권에서는 역세권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신안산선 라인처럼 미래 가치가 담긴 지역의 3억대 소형 아파트는 주거 안정과 자산 방어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다만 대출 이자 부담이 수입 대비 과도해지면 결국 급매로 팔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어, 자금 계획만큼은 보수적으로 잡아야 한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금 전세난이 이렇게 심한 이유가 뭔가요?
A. 제가 직접 발품을 팔아보니 단순한 수요 과잉이 아니었습니다.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재고 매물의 회전이 막히고, 실거주 의무로 집주인들이 공실을 선택하고, 신축 전세 대출 규제로 새 아파트 전세 공급까지 차단된 세 가지 부작용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입주 물량도 2029년까지 감소 추세라 단기 해소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Q. 2026년 강남 집값이 떨어진 건 추세 하락 아닌가요?
A. 저도 처음엔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켜봤는데, 강남부터 하락하고 급매 위주로 거래됐다는 점에서 추세 하락이 아닌 일시적 하락으로 판단됩니다. 추세 하락이면 외곽 지역이 먼저 빠져야 하는데 패턴이 달랐습니다. 원인은 양도세 중과세 시행 발표로 명확하고, 종료 시점도 세제 개편안 국회 통과 여부에 따라 가늠할 수 있습니다.
Q.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데 지금 집을 사도 괜찮을까요?
A. 제 경우에도 대출 이자가 부담스럽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다만 전월세난이 적어도 2030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끊임없이 오르는 주거비와 이사 스트레스를 계속 감당하는 것도 비용입니다. 자금 계획은 보수적으로 잡되, 면적을 줄이거나 서울 외곽·경기도 역세권 소형 주택을 먼저 타진해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다른 사람의 상급지와 비교하기보다 내 주거 안정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결국 옳았습니다.
Q. 지방은 빈집이 많은데 왜 전세난이 심한가요?
A.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지방은 2022년 이후 집값이 오히려 하락한 곳이 많아서 빈집 소유주들이 팔고 싶어도 매수자가 없습니다. 매수자가 없으니 세입자를 들여 전세를 주는 것도 꺼리게 되고, 결국 빈집이 늘어도 전세 공급은 안 되는 역설적인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중앙 정부 차원의 파격적인 인센티브 없이는 해결이 어려운 구조적 문제입니다.
결론
제가 지난겨울 내린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정부 대책을 기다리기에는 제 가족의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서울 입주 물량은 2029년까지 감소 추세이고, 지금 착공해도 완공은 2030년 이후입니다. 공급 측면에서 숨통이 트이려면 최소 4~5년은 더 버텨야 하는 현실입니다.
시장이 어떻게 흘러가든, 무주택자라면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자금 상황을 냉정하게 점검하는 것입니다. 대출 이자가 월 소득의 30%를 넘지 않는 수준, 면적보다 입지, 상급지보다 역세권 소형이라는 원칙만 지켜도 생존형 매수는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판단했고, 지금도 그 판단을 후회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