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공장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면 괜히 허탈해지는 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음식물 쓰레기와 가축 분뇨로 항공유를 만들고, 이산화탄소를 직접 산업 원료로 바꾼다는 한국화학연구원의 연구 성과를 접하고 나서 그 답답함이 조금씩 풀리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개인의 작은 실천이 닿지 못하는 곳까지 기술이 채워줄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

나프타 분해 온도를 낮춘 촉매 기술, 그 의미를 알고 나서야 놀랐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나프타 분해 온도를 좀 낮춘 거잖아" 하고 가볍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수치를 제대로 들여다보니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기존의 나프타 크래킹(NCC, Naphtha Catalytic Cracking) 공정은 850도 이상의 고온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NCC란 나프타를 고온으로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같은 올레핀을 얻는 공정으로, 플라스틱·합성섬유 등 우리 생활 전반의 기초 원료를 만들어내는 핵심 과정입니다. 문제는 이 엄청난 온도를 유지하려면 막대한 에너지가 들고, 그만큼 탄소 배출도 뒤따른다는 점이었습니다.
한국화학연구원 접촉 분해 연구실은 특수 개발한 촉매를 적용해 이 분해 온도를 650~700도 수준으로 끌어내렸습니다. 200도 가까이 내린 것이 별것 아닌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제가 직접 관련 공정 자료를 찾아보고 나서야 그 차이가 어마어마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산업 규모의 열처리에서 온도 차이는 곧 에너지 비용과 탄소 배출량의 차이로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연구팀은 철강 산업의 부생가스인 고로 부생 가스(BFG, Blast Furnace Gas)를 올레핀 생산 원료로 활용하는 실증 연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BFG란 철을 만드는 고로 공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가스로, 그동안 대부분 태워버리거나 낮은 효율로만 활용되던 산업 부산물입니다. 이 가스를 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데 성공하면 국내에서만 연간 약 300만 톤의 올레핀을 대체할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옵니다. 제 경험상 "버려지던 것의 재발견"이라는 이야기가 이렇게 구체적인 숫자로 나올 때 비로소 기술의 무게가 실감납니다.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활용하는 연구도 이 흐름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반응시켜 액체 탄화수소를 만드는 기술인데, 기존에는 이산화탄소 → 일산화탄소 → 탄화수소로 이어지는 2단계 공정이 필요했습니다. 연구팀은 300도 수준의 저온에서 이 과정을 1단계로 단축하는 촉매 기술을 개발했습니다(출처: 한국화학연구원). 이산화탄소는 원래 매우 안정적인 물질이라 반응을 유도하기가 까다롭습니다. 그걸 단 300도에서 직접 탄화수소로 바꾼다는 건 제가 직접 관련 논문 구조를 훑어봤을 때도 꽤 낯선 접근법이었습니다.
- 기존 NCC 공정 온도: 850도 이상 → 연구팀 적용 후: 650~700도로 절감
- 고로 부생 가스(BFG) 활용 시 국내 연간 올레핀 약 300만 톤 대체 가능성
- 이산화탄소 → 탄화수소 전환 공정을 2단계에서 1단계로 단축, 반응 온도 300도
- 경제성 확보 시점: 수소 생산 비용 절감이 전제, 현재 나프타 대비 약 2배 수준 예상
음식물 쓰레기가 항공유가 된다는 말,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집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해 버릴 때마다 항상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게 결국 어디로 가는 건가.' 매립지 이야기, 악취 이야기, 탄소 이야기가 뒤엉켜 찝찝함이 남곤 했는데, 이 쓰레기가 비행기 연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는 솔직히 과장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구조를 하나씩 따라가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와 가축 분뇨를 혐기성 소화시키면 바이오가스가 발생합니다. 여기서 혐기성 소화란 산소 없이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으로, 이 과정에서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섞인 바이오가스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이 바이오가스 속 메탄은 탄소 원자와 수소 원자가 1대 4의 비율로 결합한 물질로, 구조적으로 훌륭한 탄화수소 원료가 됩니다.
연구팀은 이 메탄에 열과 촉매를 가해 분자 구조를 재편하면 일산화탄소와 수소가 섞인 합성 가스(Syngas, 합성기체)로 전환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합성 가스란 일산화탄소(CO)와 수소(H₂)를 주성분으로 하는 혼합 기체로, 다양한 탄화수소 화합물을 만들어내는 출발점 역할을 합니다. 이 합성 가스를 반응기에 넣어 특정 조건으로 반응시키면 왁스 성분과 항공유가 동시에 생성되고, 이를 분리해 최종 지속가능 항공유(SAF, Sustainable Aviation Fuel)를 얻습니다(출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제가 이 과정에서 가장 예상 밖이었던 건 최종 생산물의 품질이었습니다. 성분, 분자 구조, 비행기 엔진 적합성까지 기존 석유 기반 항공유와 동일하다는 점입니다. 항공유는 극한 온도와 기압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연소해야 하고, 그 기준이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합니다. 그 기준을 통과한 항공유의 원료가 어제 버린 음식물 찌꺼기와 축산 농가의 분뇨라는 사실은, 기술이 바꿀 수 있는 세계의 경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원유를 직접 생산하지 않지만 고품질 항공유를 정제해 수출하는 국가입니다. 원유 공급 차질이 생기면 항공유 가격이 오르고, 그 부담이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우리 일상에 바로 닿습니다. 제 경험상 뉴스에서 '중동 불안'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날이면 며칠 후 항공권 가격 알림이 따라오곤 했습니다. SAF가 상용화된다면 그 불안정성을 어느 정도 완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기술은 환경 문제를 넘어 에너지 안보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속가능 항공유(SAF)는 기존 항공유랑 섞어서 쓸 수 있나요?
A. 네, 현재 SAF는 기존 항공유와 혼합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성분과 분자 구조가 기존 항공유와 동일하기 때문에 엔진 교체나 별도 개조 없이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제가 이 부분을 확인했을 때 "그냥 섞어도 된다고?"라는 반응이 먼저 나올 정도로 실용적인 접근이었습니다.
Q. 이산화탄소로 만든 탄화수소, 지금 바로 상용화가 되나요?
A. 아직은 상용화 단계가 아니라 파일럿 플랜트 실증 수준입니다. 현재 이산화탄소 전환 탄화수소의 가격은 기존 나프타 대비 약 2배 수준으로 예상되며, 수소 생산 비용이 충분히 내려가야 경제성이 확보될 것으로 보입니다. 수소 경제가 본격화되는 시점과 맞물려 상용화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관측됩니다.
Q. 고로 부생 가스(BFG)를 활용하면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나요?
A. 이 기술이 상용화에 성공하면 국내에서만 연간 약 300만 톤의 올레핀을 대체할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옵니다. 올레핀은 플라스틱, 합성섬유 등 수많은 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이기 때문에 이 수치가 현실화된다면 석유화학 산업의 탈석유 전환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Q. 바이오가스에서 항공유를 만들려면 특별한 시설이 필요한가요?
A. 음식물 쓰레기나 가축 분뇨를 혐기성 소화하는 바이오가스화 시설과, 메탄을 합성 가스로 전환하는 개질 공정, 그리고 합성 가스를 항공유로 전환하는 반응기가 필요합니다. 현재 한국화학연구원에서는 이 전 과정을 연결하는 파일럿 플랜트 규모의 실증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개별 기술은 이미 상당 수준 검증이 되어 있고, 전체 공정을 하나로 연결하는 통합 실증이 상용화의 핵심 과제입니다.
결론
분리수거를 하면서도 "이게 정말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기후 변화라는 큰 벽 앞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느낄 때마다 무기력해지곤 했는데, 이번 연구 성과를 하나씩 따라가며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나프타 분해 온도를 낮추는 촉매 기술부터, 철강 부생가스와 이산화탄소의 원료화,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에서 지속가능 항공유(SAF)를 만들어내는 기술까지, 이 모든 연구는 버려지는 것들의 가치를 다시 쓰는 작업이었습니다.
개인의 소소한 실천이 기술의 발전과 만날 때 비로소 탄소중립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연구들의 상용화 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 일상의 환경 실천도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기술이 나머지를 채워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