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와 밴쿠버의 콘도 가격이 2022년 고점 대비 최대 50% 넘게 떨어졌습니다. 4년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캐나다는 이민자가 계속 늘고 공급이 부족하니 절대 안 떨어진다"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들었거든요. 그런데 그 '공급 부족'이라는 논리가 어느 순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버렸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원인을 뜯어보고, 지금 한국 부동산과 얼마나 닮아 있는지 제 시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수급 미스매치: 집은 넘쳤지만 '살 만한 집'은 없었다
캐나다 부동산 시장이 무너진 결정적인 구조는 '수급 미스매치(supply-demand mismatch)'였습니다. 여기서 수급 미스매치란, 시장에 공급은 충분히 이루어졌지만 실제 수요자가 원하는 형태의 공급이 아니어서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제가 자료를 들여다보며 느꼈던 점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배경은 이렇습니다. 캐나다 도심은 주거용 토지의 70% 이상을 단독주택 전용으로 묶어두는 엄격한 용도지역제(zoning regulation)를 오랫동안 유지했습니다. 용도지역제란, 토지의 용도를 법으로 구분해 주거·상업·공업 등으로 나눠 관리하는 규제 체계를 말합니다. 이 규제 때문에 고밀 개발이 어려워지자,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졌고 집값은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그러자 시장이 반응한 방식이 문제였습니다. 코로나 이후 이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기와 맞물려, 개발업자들은 투자 수익률이 높은 소형 원룸형 콘도를 경쟁적으로 분양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가족 단위 실거주자들은 방 두세 개짜리 집을 원했습니다. 시장에는 투자자를 위한 초소형 유닛만 넘쳐났고, 실수요자가 원하는 집은 여전히 부족했습니다. 제가 이 구조를 보면서 떠오른 건, "공급을 늘렸다"는 말이 얼마나 공허한 구호가 될 수 있는가였습니다. 숫자만 채운 공급은 시장을 살리지 못합니다.
- 도심 토지의 70% 이상 단독주택 전용 묶음 → 만성적 공급 부족과 집값 급등
- 코로나 이후 이민자 급증 + 투자용 소형 콘도 과잉 분양이 동시에 발생
- 가족 실수요(방 2~3개)와 시장 공급(원룸형 유닛)의 극단적 불일치
- 이후 이민 축소 정책으로 임대 수요마저 증발 → 투자자들 투매 시작
전세가율이 말하는 것: 한국 거품의 민낯
캐나다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캐나다는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기준금리 5% 인상의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았습니다. 반면 한국은 전세 제도가 매매가 하락을 막아주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시각이 오랫동안 통념처럼 자리 잡아 왔습니다. 저도 한때 그 논리를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판단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현재 서울 주요 아파트의 전세가율(전세가격 ÷ 매매가격 × 100)이 30% 미만으로 떨어진 단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전세가율이란,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차지하는 비율로 실거주 사용 가치가 시세에 얼마나 반영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전세가율이 30%라는 뜻은, 실제로 거주하는 데 필요한 사용 가치가 매매가의 3분의 1도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나머지 70% 이상은 미래 가격 상승 기대, 즉 순수한 투기적 프리미엄이 형성된 셈입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2021년 고점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흐름을 이어왔습니다(출처: 한국부동산원). 제 경험상 이런 수치를 두고 "한국은 달라"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시각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캐나다도 "이민자가 계속 들어오니 다르다"는 논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외부 변수 하나가 바뀌자 그 논리는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연착륙이 왜 중요한가: 폭락은 모두를 다치게 한다
캐나다에서 제가 주목한 또 다른 장면은 '부의 효과(wealth effect)' 단절이었습니다. 부의 효과란, 자산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가 더 부유해진 기분을 느껴 소비를 늘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캐나다는 주식 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동안에도 집값 하락과 대출 이자 부담 때문에 국민들이 소비를 줄였습니다. 자산의 대부분이 주택에 묶여 있는 구조에서 집값이 떨어지면, 주식이 아무리 올라도 지갑은 열리지 않는 것입니다.
한국도 다르지 않습니다. 서울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다는 뉴스가 나와도, 대출 원리금 상환에 묶인 가계는 소비 여력이 없습니다. 제가 직접 주변을 봐왔는데, 자영업자들이 힘들다고 하는 이유 중 상당 부분이 바로 이 구조입니다. 손님들의 수입이 늘지 않아서가 아니라, 대출 이자로 돈이 먼저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계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률은 최근 수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출처: 통계청).
"급격한 집값 하락은 위험하다"라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판단에 일부 동의합니다. 집값이 갑자기 무너지면 금융권 부실이 연쇄적으로 터지고, 결국 실수요자까지 피해를 입습니다. 그래서 저는 폭락이 아닌 하향 안정화, 즉 '연착륙(soft landing)'이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연착륙이란, 자산 가격이 급격히 붕괴하지 않고 서서히 실거주 가치 수준으로 수렴해 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과정이 이루어져야 대출 이자에 묶인 돈이 소비로 흘러들어가고, 내수 경기가 비로소 숨통을 틉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캐나다 부동산은 왜 한국과 다르게 이렇게 많이 떨어진 건가요?
A.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가 겹쳤기 때문입니다. 캐나다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 기준금리 5% 인상의 충격이 월 상환액에 즉각 반영됐고, 동시에 정부가 이민자 수를 대폭 줄이면서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임대 수요가 사라졌습니다. 거기에 실수요와 맞지 않는 소형 콘도 과잉 공급까지 더해진 결과입니다. 한국은 전세 제도가 일종의 완충 역할을 해왔다는 시각도 있지만, 전세가율이 30% 아래로 내려온 지금은 그 방어막이 얼마나 버텨줄 수 있을지 저도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Q. 전세가율 30%가 위험하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A. 전세가율이란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인데, 이 숫자가 낮을수록 실거주 사용 가치보다 시세가 훨씬 높다는 뜻입니다. 전세가율 30%라면 매매가의 70% 이상이 미래 상승 기대감으로만 지탱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외부 충격(금리 인상, 경기 침체)이 오면 그 기대감이 꺼질 때 하락 폭이 커질 수 있어 취약한 구조로 볼 수 있습니다.
Q. 그러면 지금 집을 사는 건 위험한가요, 기다려야 하나요?
A. 이건 저도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지금 사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거품이 더 꺼질 것"이라는 시각도 공존합니다. 제 관점에서는 실거래 기반의 하방 지지선과 해당 지역의 실거주 수요를 냉정하게 따져보는 것이 먼저라고 봅니다. 투자 목적이라면 캐나다 사례에서 보듯 수급 구조와 금리 방향을 함께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캐나다처럼 한국도 50% 폭락할 수 있나요?
A.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한국과 캐나다는 구조적으로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한국은 고정금리 전환 비율이 높아진 편이고, 정부의 시장 개입 의지도 강합니다. 다만 "한국은 다르다"는 논리는 캐나다에서도 폭락 직전까지 통용됐던 말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급격한 폭락보다는 완만한 하향 조정, 즉 연착륙 시나리오에 더 무게를 두는 시각이 현재로선 우세해 보입니다.
결론
캐나다 사태가 주는 교훈은 결국 하나로 모입니다. 공급은 숫자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거품은 언제나 외부 충격이 오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 자료를 정리하면서 가장 서늘하게 느낀 부분은 "그때 캐나다도 지금 우리랑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지금 당장 집값이 오르느냐 내리느냐보다, 실거주 가치 대비 현재 시세가 합리적인지, 대출 이자를 감당하면서도 생활이 유지되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 순서라고 봅니다. 소음에 흔들리지 말고, 실거래 기반의 하방 지지선과 전세가율 같은 기초 체력 지표를 냉정하게 읽어내는 안목이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