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에 가까운 땅에서 석탄을 대체할 연료가 자란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제가 처음 캐나프라는 작물을 접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이산화탄소 흡수력이 상수리나무의 10배, 미세먼지 원인 물질은 석탄의 5분의 1이라는 수치를 확인하고서야 이건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할 자원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바이오매스 작물 캐나프, 숫자로 보면 더 놀랍습니다
캐나프(Kenaf)는 아프리카와 인도가 원산지인 한해살이 식물로, 파종 후 약 3개월이면 수확이 가능합니다. 제가 간척지 관련 농업 영상을 찾아보다가 처음 이 작물을 알게 됐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새만금 간척지처럼 염분이 섞인 척박한 토양에서도 최대 5m까지 자란다는 사실이 단순한 과장처럼 들렸거든요.
그런데 전라북도 농업기술원의 실증 데이터를 확인하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내습성(耐濕性) 테스트, 즉 수분이 과도한 환경에서 작물이 버티는 능력을 측정하는 실험에서 캐나프는 생존율 90%를 기록했습니다. 비교 작물인 옥수수가 34%, 수단그라스가 60%였으니 격차가 상당합니다. 내염성(耐鹽性) — 소금기 있는 토양에서도 생산성을 유지하는 성질 — 역시 염농도 0.27% 환경에서 수확량의 80% 이상을 유지했습니다. 간척지 농업의 두 가지 핵심 장벽을 동시에 넘은 셈입니다(출처: 전라북도 농업기술원).
강찬호 박사 연구팀은 2010년부터 논·밭·간척지 각각에 맞는 재배 체계를 구축해왔습니다. 95종의 캐나프 중 생장성이 뛰어난 3종을 선발해 국내 품종과 교배하는 방식으로 신품종을 육성 중이며, 품종 탄생까지는 9세대 이상의 선발 과정이 필요합니다. 제 경험상 농업 분야에서 이 정도 긴 호흡의 연구는 기초가 단단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환경적 수치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산화질소 흡수력은 해바라기나 옥수수보다 최대 60배 높고, 캐나프 펠릿 — 분말을 압축해 만든 연료 성형물 — 의 미세먼지 발생량은 석탄의 25% 수준입니다. 여기서 펠릿이란 원료를 건조·분쇄한 뒤 길이 3cm 내외로 압축 성형한 고체 연료를 말하며, 접착제 없이도 제조가 가능하다는 점이 생산 비용 면에서 강점입니다.
- 내습성 생존율: 캐나프 90% vs 옥수수 34% vs 수단그라스 60%
- 내염성: 염농도 0.27% 환경에서도 수확량 80% 이상 유지
- 이산화탄소 흡수력: 상수리나무 대비 10배, 이산화질소 흡수력: 해바라기·옥수수 대비 최대 60배
- 미세먼지 원인 물질(회분) 함량: 석탄의 1/5, 황 함량: 석탄의 1/10
- 에너지 효율: 수입 목재 펠릿과 유사한 수준
탄소중립과 바이오차, 제도가 따라주지 않으면 그림의 떡입니다
캐나프의 활용 범위는 연료에 그치지 않습니다. 잎은 옥수수보다 조단백 함유율이 3~4% 높아 우수한 사료 작물로 평가받고, 열매부터 뿌리까지 버릴 부분이 없습니다. 국립 안동대학교 연구팀은 캐나프를 250~350도로 가열해 추출한 캐나프 오일이 수입 원유에 준하는 특성을 보인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출처: 국립 안동대학교). 제가 이 부분을 읽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단순한 대체 연료 수준이 아니라 원유 자격을 넘본다는 발상 자체였습니다.
바이오차(Biochar)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바이오차란 캐나프를 포함한 식물 바이오매스를 공기가 없는 환경에서 450~800℃로 열분해해 만든 탄소 고형물입니다. 쉽게 말해 식물이 흡수한 탄소를 흙 속에 오래 묶어두는 '탄소 감옥' 역할을 하는 물질입니다. 국립 농업 과학원의 실험에서 화학 비료 대신 왕겨 바이오차를 혼합한 펠릿 비료를 사용했더니, 절반의 투입량으로도 벼 성장 속도가 화학 비료와 차이가 없었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유의미하게 줄었습니다. 토양을 중화하고 비료 역할까지 겸하면서 탄소를 고정하는 일석삼조 효과인 셈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렇게 좋은 자원도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장에 뿌리내리기 어렵습니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제도 — 재생에너지 생산자에게 보조금 성격의 인증서를 부여해 사업성을 보장하는 제도 — 는 목재 펠릿에만 보조금을 지원하고, 캐나프처럼 풀에서 나온 초본계 바이오매스는 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국제 표준이 이미 초본계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법령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가 이 부분을 알고 나서 가장 아쉬웠던 지점도 바로 이것입니다. 해외에서는 초본 식물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연구가 아직 활발하지 않아 한국이 먼저 치고 나갈 여지가 충분한데, 정작 국내 법령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REC 지원 대상을 초본계까지 확대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캐나프 산업 생태계 전체가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제도 개선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캐나프를 일반 농가에서도 재배할 수 있나요?
A. 기후와 토양 적응성이 높고 생산 비용이 낮아 일반 밭에서도 재배가 가능합니다. 다만 국내 보급 기반은 전라북도 새만금 간척지를 중심으로 구축 중이므로, 현재는 재배 체계와 판로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편입니다. 지역 농업기술원을 통해 재배 지침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인 첫걸음입니다.
Q. 캐나프 펠릿과 일반 목재 펠릿, 에너지 효율 차이가 얼마나 되나요?
A. 캐나프는 초본 식물이라 우드 펠릿보다 에너지 밀도가 다소 낮습니다. 그러나 국립 안동대학교 연구 결과, 캐나프 펠릿은 발전용 우드 펠릿의 보완재로서 충분한 열량을 확보하고 있어 단독 사용보다는 혼소(혼합 연소)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Q. 바이오차는 모든 작물 재배에 효과가 있나요?
A. 바이오차의 원료에 따라 흡수하는 영양소가 다릅니다. 왕겨 바이오차는 질소를, 목재 바이오차는 인을 주로 흡수하기 때문에 재배 작물과 토양 상태에 맞게 혼합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립 농업 과학원의 실험에서는 벼 재배에 효과가 확인됐으며, 다른 작물에 대한 실증 연구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Q. 캐나프 오일을 실제 자동차 연료로 쓸 수 있나요?
A. 현재는 연구 단계로, 감압 증류법을 통해 추출한 캐나프 오일이 수입 원유와 유사한 특성을 보인다는 것까지 확인된 상황입니다. 실생활 직접 활용을 위해서는 정제 공정 표준화와 상업적 생산 체계 구축이 추가로 필요하며, 관련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결론
캐나프를 처음 알게 됐을 때 저는 단순히 '신기한 작물' 정도로 봤습니다. 그런데 내습성·내염성 데이터를 확인하고, 바이오차와 대체 원유 가능성까지 들여다보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버려지던 간척지를 자원 생산지로 바꾸고, 수입에 의존하던 목재 펠릿과 원유를 국내에서 대체할 가능성이 동시에 열리는 작물이라는 점에서, 지금 주목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상황입니다.
다만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REC 제도처럼 법령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장에서 외면받기 쉽습니다. 초본계 바이오매스까지 지원 범위를 넓히는 법령 개정이 이루어진다면, 캐나프는 탄소중립 시대를 이끄는 핵심 작물로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관심이 생기셨다면 전라북도 농업기술원이나 국립 농업 과학원의 최신 연구 자료를 직접 찾아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