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을 사고 싶었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벽 앞에서 포기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장 입주가 불가능하면 허가 자체를 받을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실거주 의무 유예 기간을 2027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하고,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기간까지 유예로 인정해 주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꽉 막혔던 거래 구조에 실질적인 숨통이 트인 셈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도대체 왜 이렇게 막혀 있었나
솔직히 이건 처음 알았을 때 예상 밖이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이란 국토교통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특정 지역의 지가 급등을 막기 위해 지정하는 구역으로, 해당 구역 안에서 부동산을 거래하려면 계약서를 쓰기 전에 반드시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쉽게 말해 "사고 싶다"는 의향만으로는 계약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구조입니다.
현재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이 이 구역으로 묶여 있고, 허가를 받으려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했습니다. 첫 번째는 사전 허가 후 계약서 작성, 두 번째는 잔금 납부 후 4개월 이내 입주, 세 번째는 입주 후 2년간 실거주 의무입니다. 이 세 조건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임차인이 살고 있는 집은 잔금 후 4개월 안에 입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세입자를 내보낼 법적 근거가 없으니까요. 그 결과, 시장에서는 세입자가 없는 즉시 입주 가능 매물만 거래되었고, 매물 수 자체가 줄면서 오히려 집값을 자극하는 역효과가 나타났습니다. 규제가 시장을 안정시키려다 오히려 뒤틀어 버린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아파트 매매 시 구청 사전 허가 필수
- 잔금 후 4개월 이내 입주 조건 → 임차인 있는 집 사실상 거래 불가
- 즉시 입주 가능 매물만 거래되면서 매물 감소, 집값 자극 역효과 발생
- 임차인들은 퇴거 압박 불안 속에 전월세 시장 불안정 심화
이번 규제 완화, 정확히 무엇이 바뀌었나
국토교통부는 2025년 10월 1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임대주택 거래에 대한 실거주 의무 유예 기간을 기존 2026년 12월 31일에서 2027년 12월 31일로 1년 연장했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여기서 실거주 의무 유예란, 매수인이 잔금을 치른 뒤에도 임차인의 임대차 계약이 끝날 때까지 입주를 미룰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조치입니다.
이번 완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계약갱신청구권까지 유예 기간으로 인정해 준다는 점입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이란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 만료 전에 1회에 한해 2년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임대인(새 매수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할 수 없습니다. 기존에는 원래 임대차 계약의 잔여 기간까지만 유예가 인정됐지만, 이제는 임차인이 갱신 계약을 행사하더라도 그 기간까지 입주를 미룰 수 있게 됐습니다.
단, 적용 대상은 2025년 5월 12일 이후부터 계속 무주택 상태를 유지한 실수요자로 한정됩니다. 또한 기존 임대차 계약 만기가 2027년 12월 31일 이전인 경우에만 갱신청구권 행사가 유예로 추가 인정됩니다. 최종적으로 임차인이 떠난 시점부터 2년간 실거주 의무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완화라는 표현에 너무 기대지 말고, 끝단의 의무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점을 제가 가장 먼저 짚어드리고 싶습니다.
급매 전략 — 세입자 있는 집을 시세보다 싸게 사는 법
제가 주변 무주택자들을 보면서 아쉬웠던 점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에서 시세보다 10~15% 저렴하게 나온 급매물을 발견하고도, 세입자가 있다는 이유 하나로 그냥 돌아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 조치가 바뀐 것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이제 당장 입주하지 않아도 되는 무주택자라면, 임차인이 거주 중인 주택을 매수한 뒤 임대차 만기 혹은 갱신 계약 종료 시점에 맞춰 입주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전세로 살고 있는 신혼부부, 현재 지방에 거주하며 서울 입성을 준비 중인 분들이 대표적인 수혜층입니다.
실전에서 활용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공인중개사에게 "당장 입주할 필요는 없으니 임차인이 있는 매물 중 급하게 나온 물건"을 요청하면 됩니다. 매도자 입장에서도 세입자가 있어 묵혀 두던 집을 이제는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됐으니, 이 시기에 공급과 수요가 맞닿는 지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실거주 의무 유예 기간이 적용되는 매물인지 반드시 확인하고, 임장(현장 방문 조사)을 철저히 병행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여기서 임장이란 실제 현장을 직접 방문해 주변 시세, 교통, 생활 인프라 등을 눈으로 확인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제 경험상 이 과정을 건너뛰고 서류만 보고 매수하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가 따라옵니다. 저렴한 이유가 단순히 세입자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구조적 문제가 있는지를 반드시 현장에서 걸러내야 합니다.
반드시 챙겨야 할 주의사항과 놓치기 쉬운 함정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제가 직접 조건들을 뜯어보니 꼼꼼히 따져야 할 지점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규제 완화라는 말에 기대다가 정작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허가가 나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무주택 유지 기간입니다. 이번 유예 조치의 대상은 2025년 5월 12일 이후부터 지금까지 무주택 요건을 단 한 번도 깨지 않은 실수요자입니다. 이 기간 중 주택을 취득했다가 처분한 이력이 있으면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유주택자라면 이번 완화 조치는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두 번째는 임대차 계약 만기 시점 확인입니다.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에 따른 추가 유예를 인정받으려면, 기존 임대차 계약의 만기가 2027년 12월 31일 이전이어야 합니다. 이 날짜를 넘기는 계약이라면 갱신 기간까지 유예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실거주 의무가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임차인이 완전히 퇴거한 시점부터 반드시 2년간 실거주를 채워야 합니다. 전세를 끼고 샀다는 이유로 실거주 2년 의무가 면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 내가 이 집에 들어가 살 수 있는지를 장기 자금 계획에 명확히 반영해 두어야 합니다. 이 부분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으면 나중에 전세 만기에 자금이 맞지 않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자주 묻는 질문
Q. 현재 유주택자인데 이번 실거주 유예 연장 혜택을 받을 수 있나요?
A. 받을 수 없습니다. 이번 조치의 대상은 2025년 5월 12일 이후 무주택 요건을 계속 유지한 실수요자로 한정됩니다. 현재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면 해당 사항이 없으므로, 매수 전 본인의 주택 보유 이력을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Q.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면 매수인이 거절할 수 있나요?
A. 이번 조치에 따라 오히려 거절하지 않는 것이 유리합니다. 매수인이 실거주 의무 유예 상태에서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를 수용하면, 그 갱신 기간까지 유예 기간으로 추가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임차인을 억지로 내보내려 했던 기존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이기도 합니다.
Q. 임차인이 있는 집을 사면 실거주 2년 의무가 면제되나요?
A. 면제되지 않습니다. 유예는 말 그대로 입주 시점을 늦춰 주는 것이지, 의무 자체를 없애 주는 것이 아닙니다. 임차인이 완전히 퇴거한 시점부터 2년간 실거주를 채워야 하므로, 장기 자금 계획을 꼼꼼히 세워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이번 조치로 토지거래허가구역 급매물이 실제로 늘어날까요?
A. 단기간에 매물이 급격히 늘어나기보다는 서서히 거래 가능한 물건이 시장에 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입자가 있어 묶어 두었던 매도자들이 이번 완화를 계기로 매물을 내놓기 시작할 것으로 보이며, 발품을 팔아 임장을 병행하면 시세 대비 저렴한 물건을 만날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론
이번 실거주 의무 유예 기간 연장과 계약갱신청구권 인정 확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규제의 틀은 유지하면서도 현장에서 발생한 부작용을 실질적으로 줄이려는 중간 완화책입니다. 제가 직접 조건들을 살펴본 결과, 무주택 실수요자 가운데 당장 입주가 필요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분명히 의미 있는 기회가 열렸습니다.
다만 완화라는 단어가 주는 인상보다 조건이 꼼꼼하게 달려 있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됩니다. 무주택 유지 기간, 임대차 만기 시점, 입주 후 2년 실거주 의무, 이 세 가지를 자신의 상황에 대입해 먼저 점검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그 다음에 공인중개사와 함께 세입자 있는 저가 매물을 탐색하고, 철저한 임장으로 물건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내 집 마련의 진입 장벽을 한 단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