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번 2026년 세제 개편안이 확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1주택자는 크게 건드리지 않겠지"라고 막연히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내용을 들여다보고 나서, 그 믿음이 얼마나 순진한 것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평생 집 한 채 마련한 것이 징벌의 이유가 되는 세상이 왔습니다.

종부세 개편, 누가 웃고 누가 우나
이번 확정안이 발표된 날, 제가 가장 먼저 찾아본 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공제액 변화였습니다. 여기서 종부세란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고가 부동산에 대해 보유 자체만으로 매년 부과되는 세금입니다. 쉽게 말해 집값이 오를수록 팔지도 않았는데 세금 고지서가 날아오는 구조입니다.
확정된 내용을 정리하면, 1주택 단독명의 실거주자는 공제액이 기존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올라 혜택이 소폭 늘었습니다. 반면 같은 1주택이라도 실거주를 하지 않는 비거주자는 기존 12억 원 공제가 그대로 유지됩니다. 가장 논란이 됐던 건 공동명의 부분이었는데, 공동명의 실거주자는 기존 18억 원 공제가 유지되었고, 비거주자는 원래 8억 원으로 대폭 삭감할 계획이었다가 12억 원으로 조정됐습니다.
처음 8억 원 안이 나왔을 때 제가 느낀 건 황당함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세금 부담을 분산하라며 공동명의를 적극 장려했던 게 불과 몇 년 전 일입니다. 그 권고를 믿고 따랐더니 이번엔 투기꾼 취급을 받게 된 셈이니, 정책 신뢰가 무너지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거주 여부로 세금을 차등 부과하겠다는 논리도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정부는 이를 갭투기, 즉 전세를 끼고 집을 사두는 투기적 매수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내세웁니다. 갭투기란 매수자가 전세금을 활용해 자기 자본을 최소화하고 집을 사는 방식으로, 전세 가격과 매매가의 차이(갭)만큼만 투자해 시세 차익을 노리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비거주자에게 중과세를 하면 임대 매물을 거둬들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결국 전월세 공급이 줄어 무주택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집니다. 집값을 잡겠다는 칼날이 엉뚱한 곳을 향하는 꼴입니다.
- 1주택 단독명의 실거주자: 공제 12억 → 14억 (혜택 확대)
- 1주택 단독명의 비거주자: 공제 12억 유지
- 1주택 공동명의 실거주자: 공제 18억 유지
- 1주택 공동명의 비거주자: 공제 8억 → 12억 조정 (기존 18억 대비 증세)
세부담 상한제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세부담 상한이란 전년도 대비 종부세가 일정 비율 이상 오르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장치입니다. 당초 정부는 이 한도를 150%에서 200%로 올리려 했다가 이번 확정안에서 다시 150%로 원상 복구했습니다. 이 덕분에 초고가 아파트의 급격한 세금 인상 속도가 약 1년 정도 지연되는 효과는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건 잠깐의 완충일 뿐, 공시가격이 오르는 이상 결국 돌아올 고지서는 더 두꺼워집니다. 출처: 국토교통부
세금 감옥, 고령 실거주자의 현실
제가 가장 분통을 터뜨린 부분은 고령 1주택자에 대한 대책이 이번 확정안에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직접 겪어보니, 은퇴 후 특별한 소득 없이 집 한 채만 남은 분들에게 매년 날아오는 종부세 고지서는 공포 그 자체입니다. 현행법상 고령자 종부세 공제 한도는 600만 원으로 제한되어 있어, 강남이나 반포처럼 공시가격이 높은 아파트를 보유한 고령자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세 부담은 공제 혜택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그럼 팔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양도소득세가 등장합니다. 양도소득세란 자산을 팔 때 발생한 차익, 즉 매도가에서 취득가를 뺀 이익에 부과하는 세금입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통해 10년 이상 실거주한 경우 최대 10억 원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차익에는 여전히 높은 세율이 적용됩니다. 초고가 아파트 소유자라면 매도 시 양도차익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팔지 않으면 종부세가 매년 쌓이고, 팔자니 양도세로 절반이 사라지고, 자식에게 물려주려 해도 증여세·상속세로 또 절반이 날아갑니다. 증여세란 살아있는 동안 재산을 이전할 때 부과되는 세금이고, 상속세는 사망 후 유산을 넘길 때 부과되는 세금인데, 현행 최고세율이 50%에 달해 고가 자산을 가진 가정에는 사실상 '세금 감옥'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닙니다.
정부는 저소득 고령자에게 수도권 주택을 처분하고 비수도권으로 이주하면 양도세 감면 혜택을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수십 년을 살아온 동네에서 세금 때문에 떠나야 한다는 것, 그게 정말 정책이 추구해야 할 방향인지 저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출처: 국세청
더 큰 그림을 보면 정부의 의도가 조금 더 선명하게 읽힙니다. 저가·중가 아파트의 가격 상승은 어느 정도 용인하되, 압구정·반포·한남동 같은 초고가 아파트는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가 이번 확정안 전반에 깔려 있습니다. 실거주 10년 의무 요건이 강화되면서 해당 지역에서는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전월세 공급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무주택 세입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역설적인 결과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1주택자인데 이번 종부세 개편으로 세금이 줄어드나요?
A. 단독명의 실거주자라면 공제액이 12억에서 14억으로 올라 소폭 혜택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공시가격이 계속 오르는 구조에서 3년 후에는 다시 종부세 대상에 편입될 가능성이 있어, 지금 당장 안도하기엔 이릅니다. 제 경험상 공시가격 상승 추이를 함께 따져봐야 실질 세 부담을 제대로 가늠할 수 있습니다.
Q. 공동명의로 집을 샀는데 이제 다주택자로 분류되나요?
A. 공동명의 자체를 다주택자로 분류하려던 초안은 최종 확정안에서 철회됐습니다. 다만 공동명의 비거주자의 공제액은 기존 18억에서 12억으로 축소되어 사실상 증세가 이뤄졌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권장했던 공동명의가 지금은 불리하게 작용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습니다.
Q. 고령 1주택자는 집을 파는 게 나을까요?
A. 매도 시 양도소득세 부담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단순히 "파는 게 낫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최대한 활용해도 초고가 아파트라면 차익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합니다. 개인의 보유 기간, 취득가, 거주 여부 등 변수가 많아 반드시 세무사와 상담해 실제 세 부담을 계산해 보시길 권합니다.
Q. 이번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전월세 시장은 어떻게 되나요?
A.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증세로 임대 매물이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공급이 줄면 전월세 가격은 오르고, 결국 무주택 세입자들의 주거 부담이 커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집값을 잡으려다 세입자가 더 힘들어지는 구조는 이미 과거 정책에서도 반복된 패턴입니다.
결론
이번 2026년 세제 개편안은 3주간의 혼란 끝에 일부 수정됐지만, 제 눈엔 여전히 미봉책에 가깝습니다. 실거주 여부로 세금을 나누는 기준은 정책적 근거가 부족하고, 가장 취약한 고령 실거주자에 대한 구제는 사실상 빠진 채로 확정됐습니다. 초고가 아파트 가격을 잡겠다는 목표 자체는 이해하지만, 그 수단이 전월세 공급을 줄이고 무주택자의 고통을 키우는 방향이라면 주거 안정이라는 본래 목표와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됩니다.
정교한 설계 없이 세율만 올리는 방식은 시장을 왜곡할 뿐입니다. 이 법안이 국회를 그대로 통과할 경우 서울 전역의 실거주 매수 증가, 초고가 지역 매물 출회, 전월세 품귀 현상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 집을 보유하거나 매수를 고민 중이라면, 공시가격 변동과 실거주 요건 충족 여부를 중심으로 본인의 상황을 다시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